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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에볼라 : 마법입문 (1) 율리우스 에볼라마법입문 본문 어떤 사람의 삶에는, 그를 지탱하던 모든 확신이 흔들리고, 그를 밝혀주던 모든 빛이 사라지며, 정념과 애욕, 그리고 존재를 움직이고 살아 숨쉬게 했던 모든 것의 목소리가 마구 침묵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자기 존재의 중심으로 되돌려진 그 때, 인간은 마침내 벌거벗은 채, 모든 문제의 문제와 마주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도리 없이 이런 감각이 함께 찾아오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행하는 모든 일들, 심지어는 문화라고 부르는 것들마저, 실상은 자신을 산만하게 만들고, 마치 목적이 있는 듯한 환상을 부여해서 깊이 있는 사유를 피하려는 몸부림일 뿐임을, 스스로의 오저奧底에 도사린 어둠을 감추기 위한 연막임을, 존재의 근원적 불안을 피하려는 얄팍한 기교임을, 인간은, 어렴풋이 감.. 더보기
이승만 : 독립주의의 긴요한 조목 독립주의의 긴요한 조목이승만 (오영섭 번역) 본문 위에서 말한 여섯 가지의 강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힘써야 할 것들이며, 우리 개개인이 자기 자신부터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중요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힘써서 날마다 용감하게 나가고 발전할 힘이 생긴다면, 온 나라가 용감하게 나가고 발전할 힘을 얻을 것이니, 나의 주장이 어찌 효과가 아주 없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나의 주장은 나무로 비유하자면 다만 가지와 잎사귀만 들어서 말한 것이고, 그 실상 근본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물은 근원을 먼저 맑게 하고, 나무는 뿌리를 먼저 북돋워 주어야 하듯이, 마땅히 우리가 남의 나라의 지극히 정교하고 지극히 아름다운 정치와 제도, 인애하.. 더보기
앤터닌 스칼리아 : 로렌스 대 텍사스 (1) 로렌스 대 텍사스 (반대의견)앤터닌 스칼리아 본문 스칼리아 대법관이 반대하고, 대법원장과 토마스 대법관이 동조하다. “자유는 의심의 사법에 주저앉지 않는다.” 플랜드 패런트후드 대 케이시 (1992). 이것은 가까스로 십 년 전에 로 대 웨이드 (1973)를 파기하려는 자들을 향한 이 법원의 보무당당한 응답이었다. 오늘, 바우어스 대 하드윅 (1986)을 뒤집기 위해 장장 17년 간의 대소동을 벌여왔던 자들에게 이 법원은 전혀 뜻밖의 대답을 내주고 있다. 안정과 확신에의 요청은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다. 오늘의 판결문은 대체로 그 실제적인 결정요지—해당 텍사스 주법은 합리성 심사 하에서 청구인에 대한 적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떠한 적법한 국가이익도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결론—와는 분단되어 있.. 더보기
러셀 커크 : 인문의 목적 (1) 인문의 목적러셀 커크 본문 위대한 책들의 목적은 윤리적이다. [마땅히]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모든 주요한 문예형식들은 T. S. 엘리어트가 “공리the permanent things”—인간 본성의 규범들을 뜻한다—라고 일컬은 것들을 심원한 주제로 삼았다. 극히 최근까지도, 우리는 문학literature은 규범적 의식을 빚어내는 것이며 인간에게 자신의 도타운 본성과 자신의 존엄과 만유에서의 제 합당한 위상에 대해서 일러주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좀체로 의심하지 않았다. 욥기와 호메로스 이후, 그것이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시詩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인문humane letters”이라는 구절 자체에, 문학literature은 본디 인간hum.. 더보기
T. S. 엘리어트 : 기독교 사회라는 이념 (1) 엘리어트를 번역하기 위하여1.    낙후된 팸플릿 하나를 번역한다. 독일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합병하던 1938년 말에 이 팸플릿은 작성되었다. 영국, 이태리, 프랑스는 나치에게 체코슬로바키아의 영토 일부를 건네 주었고, 이 뮌헨 협정에서 체코슬로바키아는 배제되어 있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제 국토를 독일 나치에게 자진납부하였다. 크고 힘센 나라들이 가난한 약소국을 찢어발기는 폭력과 야만과 모욕의 야바위판이 “우리 시대의 평화”로 둔갑되어지는 체임벌린 수상의 황홀한 연설을 청취하면서, 엘리어트는 영국을 미워하지도 나치들을 욕하지도 않았다. 그는 골방에 처박혀서 저 “기독교 사회”에 관한 강연 노트를 끼적거리고 있었다. 늙고, 까맣게 지친 수상의 목소리에서 시인은 서구문명 전체가 무너지는 굉음.. 더보기
존 볼턴 : 주권에 대한 전쟁이 다가온다 주권에 대한 전쟁이 다가온다존 볼턴 번역자의 앞글   주권의 영생을 믿었던 것은 똥구더기 같은 보수 세력만이 아니라 주권을 “글로벌 컨셉트”라고 치켜세웠던 좌파 학자들이었고, 시간의 다수성에 대한 그들의 서정적인 열광이었다. 이 개념의 환절기에, 로마황제의 임페리움이 영토군주의 왕권확립으로 놓여나고, 또 근대국제질서를 지탱하는 일반명사로 해탈되어지는 평범한 순서 속에서, 주권의 변주가 자아내는 낯설고도 강렬한 무대야말로 어떤 역사철학의 차원을 생생하게 환기해주고 있다.    들으니, 미국과 세계를 지극한 비참함으로 몰아갔던 것은 미 정부의 대외정책이고 인페르노적 집단이라고 평해지는 네오콘이라고 한다. 걸프전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이 주전론자들의 침략주의는 타자에 대한 공포심에 의해서 결.. 더보기
김동리 : 만자동경曼字銅鏡 만자동경曼字銅鏡김동리    내가 고향에 갔을 때 이미 그 성은 없어진 뒤였다. 옛날 성이 있었던 자리는 반반히 닦여진 채 깨끗한 상가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두 어깨가 아래로 축 처지는 듯했다. 어깨뿐 아니라 머리도 아래로 떨어뜨린 채 나는 그 새로 난 상가를 덧없이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무어라 형언할 수도 없는 울분과 허망과 설움 같은 것이 뒤엉켜서 머릿속을 하나 가득 메우고 있는 듯했다.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옛날의 서문 거리까지 와 있었다. 서문 거리의 외딴 오두막, 옛날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던 그 쓸쓸한 오두막도 물론 없어졌고, 그 자리엔 새로 지은 양기와집 한 채가 라는 함석 간판을 이마에 붙이고 서 있었다.    간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던 나는 오던 거리를 향해 되돌아섰.. 더보기
왜 중국은 보수를 사랑하는가 에릭 헨드릭스-킴왜 중국은 보수를 사랑하는가 번역자의 앞글   미국 헤게모니의 일극적 세계는 끝나려 하고 있다. 미국이 탈퇴한 CPTPP는 중국이 코를 묻히고 있고, IPEF는 환경과 노동의 거창한 주장을 버리지 못하는 가식을 패대기치지 못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자는 이야기에 무슨 반론할 거리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말솜씨 좋은 전문가들은 동아시아질서의 미래가 미국의 일극적 주도권과 동아시아의 다극적 지역통합노력이 타협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결정되리라고 온당하게도 전망하고 있다.     역사의 종언 여부는 영구미제이다. 역사의 소멸은 역사의 시원을 이끌어내서, 늘 새롭게 제기되는 논쟁에서 낡은 논쟁의 흔적은 역사 위에 남겨지지 않는다. 그러니, 절대정신의 부패는 해체가 아니라 그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