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주권은 화폐를 발행하는 힘 안에 내포되어 있다. 이 힘을 소유하지 못하는 주권자는 다스리지 않는 종무관宗務官에 지나지 않는다. 1
만약에 이 힘이 일군의 똥걸레 같은 잡놈들, 혹은 반머저리들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그 국가가 제대로 다스려질 수 있는 도리는 [마침내] 없는 것이다. 권리와 책임이 시민들에게 지녀지는 공화국 내에서, 화폐의 발행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탐문하지 않는 자는 그의 시민된 역할을 집어치우는 것이다. 2
각종 행정서류, 인종혐오, 현상수배[와 같은 이슈들], 또는 국가채무를 제외한 다른 모든 문제들의 사회화에 의해서 [신경과 정열이] 분산되어지는 것은 미끼를 집어무는 것에 불과하다. 3
- [역주] rex sacrificulus. 또는 rex sacrorum이라고도 달리 불리며, 군림하지 않고 예식만을 주관하는 제사장이나 최고위의 혹은 원로 사제의 뜻을 지닌다. 이 “왕rex”은 로마 공화정에서 지극히 종교적인 기능만을 수행하였다. 정치학자 공진성은 이를 “종무관”이라고 번역하였다. 그의 번역을 따른다. 케네스 미노그, 『정치』 (교유서가 첫단추시리즈 25), 2018. “군주정은 왕의 직위가 가진 ‘명령권(imperium)’을 함께 보유하는 두 명의 집정관에 의해 대체되었지만, ‘렉스 사크로룸(rex sacrorum)’이라고 불리는 종무관의 형태로 계속 그 흔적을 보존했다.” [본문으로]
- [역주] and/or의 번역. 파운드가 애호한 이 등위접속사는 안타깝게도 맞춤한 한국어 역어를 지니지 못한다. “그리고/또는”이라는 수월한 대안은, “and/or”라는 표현이 영어권 화자들의 일상에서도 즐겨 쓰인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 [역주] socialisation의 번역. 신문지상의 활자나 소셜 미디어의 뉴스피드 속으로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서 이슈화될 수 있는 문제는 마침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슈화,” “지리멸렬화” 등의 역어를 고민하다가, “사회화”로 다시 고쳐 돌려놓는다. [본문으로]